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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일기

시티 오브 미스트: 무령시 마법소녀! 후기

레샤 2021. 2. 23. 02:22

후... 세션의 눈물자국이 마르기 전에 후기를 씁니다. (사실 새벽에 쓰다가 자고 다음날 이어서 씁니다.)


2020년 9월 12일부터 2012년 2월 22일까지. 총 6개월을 달려왔네요.

 

인세인 <종말론적 마법소녀>를 하겠다고 모인 5명이었는데, 엔딩을 보고 나서 '이건 더 해야한다!'고 시티 오브 미스트로 룰을 옮겨서 이야기를 이어왔습니다.

 

인세인에서는 제가 만든 배경인 무령시를 배경으로 했고, 사이클마다 독백 또는 듀엣 장면을 넣어서 캐릭터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도록 했었죠. (이 하우스룰은 조금 수정해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조금 욕심을 부려서 (ㅋㅋ 이것저것 해보느라 인세인 세션 자체는 마스터로선 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엔딩도 시나리오에 없는 쪽으로 가서 조금 더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가득했지요.

 

끝나고는 AWE 게임이 제 전공(?)이기도 했고, 캐릭터들이 조금 더 제약 없이 자유롭게 도시를 돌아다니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네 분께 시오미로 넘어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모두 동의해주실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다들 너무 잘 받아주셔서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어요.. (감동버튼)

 

그리고 이어갈 수 있는 멋진 이야기를 쓰고 배포해주신 종소녀 라이터님께도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부끄러워서 직접 전하지는 못하겠지만...


시오미에서는 종소녀 엔딩 이후의 세계를 그렸습니다.

 

이제 마법소녀들은 사람들에게 선망도 원망도 받지 못하게 되었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기억은 조금씩 흐릿해져 있었어요. 기관은 마법소녀들을 외면했고, 그러나 균열은 계속 발생했죠.

 

이쯤에서 캐릭터 소개를 해야겠군요!

 

우리의 PC1은 별님이 맡은 서문하율입니다. 하율이는 거대한 낫으로 변하는 귀걸이를 하고 다니고, 경력이 긴 선배 마법소녀입니다. 조금 시니컬해보이지만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캐릭터예요. 별명은 "은빛사신". 말하는 까마귀인 크로우와 함께 다닙니다. 뒤에서 나올 유리의 아이돌입니다.

 

PC2는 린님이 맡은 비연입니다. 비연이는 바늘과 실로 다 꿰메버리는 마법소녀입니다. 시니컬로 따지면 비연이가 하율이보다 조금 더 하지만, 나름대로 의무감과 정의감을 갖고 살아가는 캐릭터예요. 별명은 "마리오네트". 토순이라는 토끼 인형을 데리고 다닙니다. 비연이가 '흥' 하면 토순이가 '알라뷰' 하는 역할이에요.

 

PC3은 록님이 맡은 채남영. 원래 록님 머릿속에서는 남채영이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남영이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남영이는 신입 마법소녀고, 거대한 붓을 들고 상상 속 그림을 환상으로 그려냅니다. 마법소녀로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그것에서 힘을 얻는 타입의 캐릭터예요. 하지만 사려깊고 고뇌도 많습니다. 별명은 "유채". 

 

PC4는 귤님이 맡은 송유리입니다. 유리는 낡은 카세트테이프를 갖고 다니고, 테이프 끈을 이용해 전투를 하는 마법소녀예요. 죽음을 여러 번 경험했고, 마지막엔 세계가 한 번 롤백되기까지 하면서 원래 두려움이 많았지만 이 세계에 발을 붙이고 사는 것이 힘겨워진 캐릭터입니다. 별명은 "오데트". 원래 학생 발레리나였는데 사고를 당하면서 일상을 잃고 마법의 세계로 (강제) 전이되었지요. 아이돌인 하율이와 친구(?) 토순이를 뺀 두 명과는 딱히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인세인에서는 시공의 균열을 감시하고 처리하는 NGO인 「기관」에 소속된 친구들이었지만, 시오미로 넘어오면서는 자기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야 했습니다.

 

더보기는 균열에 대한 설정. 당연히 종소녀 스포가 들어 있습니다.

 

더보기

인세인 종소녀에서는 균열에 대한 설정이 일부러 공백으로 남겨져 있어요. 엔딩 쯤 갔을 때는 정해야겠어서 제가 설정을 채워넣었는데요, 먼저 균열에서 죽은 소녀가 마법의 힘을 받는 건 첫째로 그들이 균열 속 물질과 접촉하면서 균열 핵에 저장된 생명 에너지를 나눠받았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균열 핵 자체가 신비한 힘으로 되었기 때문에 변신매개로 그것과 연결된 사람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시오미에 와서는 그 설정을 조금 더 구체화해서, 균열 핵 자체가 사람들의 목숨과 원혼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설정을 덧붙였어요. 그래서 균열 속에서는 죽은 사람들과, 특히 균열 속에서 한 번 죽고 마법소녀로 각성했지만 또 다시 균열에서 죽은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PC도 포함되었죠)

엔딩은 균열의 핵, 명부를 파괴함으로써 그것에 속박되어 있던 영혼들을 해방시킨 것이었습니다. 서서히요.

 

하율이는 시오미로 넘어오면서는 자신이 지켜야 하고 돌봐야 할 존재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장했어요. 그것이 하율이의 어깨를 때로는 짓눌렀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이고 이겨낸 캐릭터입니다. 롤백된 세상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처음엔 방황하다가 자신의 복제인 초아를 만나고, 그 뒤로 초아와 여러 번 마주치면서 적으로 만난 그 아이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을 키워나갔어요. 그리고 베테랑답게도(?) 캠페인 내내 판정에서 거의 실패가 안 떴습니다. 대단해.

 

마지막 전투에서는 초아를 지키는 것과 균열을 제거하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물었는데요, 하율이는 끝까지 고민하다가 초아를 택했습니다. 이 장면이 너무 멋있었어요. 균열 핵을 공격하다가 거의 끝을 냈을 때 초아의 생명줄이 위태로워지자 곧바로 달려와서 초아를 돌봤으니까요. 자신의 복제품(?)이라고 해서 미워하거나 그걸 만든 사람(유나 연구원)을 원망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점도 너무 멋있는 점이라 생각해요. 어른이야.. 제대로 살아야 됨.. 

 

하율이 입장에서는 기관의 일을 한다 -> 균열을 제거했더니 세계가 롤백되어 버림 -> 그런 와중에 자신의 복제를 만남이라는 하드한 루트였음에도 삶을 살아가고 다른 이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끝내 결실을 맺은 셈이에요. 유리가 아이돌로 여길 만하다.

 

비연이는 시오미로 넘어오면서 어떤 의무감으로 움직였습니다. 균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연구소는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었으며, 균열은 계속 발생하고 심지어 새로운 적도 만났죠. 비연이는 연구소 소속의 유나 연구원과 꽤 가까운 사이였는데, 그 연구소가 벌인 일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그 일의 일부로 활동했다는 사실에 굉장한 죄책감을 느꼈어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들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사실 일정이 따로라는 메타적 사정 때문에 결집하기 힘든 마법소녀들이었음에도 비연이가 (실과 바늘로) 다들 묶고 다녀줘서 결집력이 있을 수 있었어요.

 

마지막 전투에서는 이 모든 일이, 기관에서 일할 때부터, 자신이 원하던 것이었나? 를 물었어요. 하율이가 책임감에서 비롯된 딜레마에, 남영이가 자신의 열망으로 인한 딜레마에 놓였었다면 비연이는 회의감과 싸웠습니다. 이제는 기관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균열을 제거하는 일이 자기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오미 룰 설정 상) 자신을 잃으면 모든 마법을 잃고 평범하게 살 수도 있었죠. 그렇다고 모든 걸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백지로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비연이는 대답했습니다. 오직 불완전하게 되돌릴 수 있을 뿐이라도 새로 시작하겠다고요. 죄책감에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겠다고 말이에요!

 

남영이는 인세인에서나 시오미에서나 동기는 같았습니다: 마법소녀로 계속 살아갈 것. 하지만 종소녀 엔딩 이후에 그 가능성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균열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계속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이 일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그 확신은 캠페인 중간 쯤에 얻게 되는데, 그 이후로는 거의 일직선으로 시원하게 쭉쭉 뻗어나갔어요. 남영이는 아주 직선적인 아이고 정의롭고 그 정의를 위해서라면 약간 매정하기까지 한 캐릭터입니다. 비연이가 스토리 진행의 살을 붙여주었다면, 남영이는 뼈대였어요. (비유가 나와서 말인데, 하율이는 소금, 유리는 후추였답니다.)

 

그래서 마지막 전투에서의 질문은 이 전투가 끝나고 마법소녀로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해도 싸움을 계속할 것인가, 마법소녀로 남을 것인가였습니다. 그 대답은 고민할 것도 없이 예스였겠지만, 조금 비틀기를 줘봤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라는 단서를 말이죠. 자세한 건 15화를 보세요!

 

남영이는 비연이랑이나 하율이랑이나 잘 지냈고, 엔피씨로 내주었던 차경이와도 '처음으로 진심으로 만든 친구'가 될 정도로 맑은 아이였어요. 하지만 유일한 혐관(?)이 있으니 유리와의 관계였습니다. 직선적이고 자기목표가 뚜렷한 남영이와 의기소침하고 속 모를(?) 유리는 정말 상극이었죠. 뒷사람들은 친하기 그지없지만 캐들이 튀기는 스파크가 아주 좋았어요. 특히 PbtA 게임의 맹점이랄지 특징이랄지... 캐릭터들간의 협력관계가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둘을 붙여놓은 장면에서의 케미가 너무 좋았습니다. 혐관을 녹여내는 숙련된 플레이어들의... 그런 것.

 

그리고 마지막, 우리애 유리입니다. 유리는 조금 각별한 캐릭터예요. 처음 인세인을 할 때부터 무령시 설정을 가지고 짠 백스토리를 갖고 있었고, 시오미를 시작하고나서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로고스 테마 4장 일반인으로 시작해서 마법의 힘을 각성한 뒤, 다른 캐릭터들보다 조금 일찍 엔딩을 보았습니다. 10화 끝나고나서니까 스토리의 2/3를 같이 한 셈이죠!

 

유리는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하면서 세계와의 연결점이 거의 사라진 아이였어요. 특히 인세인 종소녀~시오미 즈음엔 세계가 한 번 롤백되면서 주변 사람들의 기억이 불완전해졌고, 문제의 원인인 명부 미토스가 다시 힘을 펼치기 시작하면서는 끔찍한 기억이 환각으로 되풀이되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와 이야기 진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유리의 몰락은 그 사이에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오면서 소멸의 길을 택했습니다.

 

유리는 섬세하고, 뭐랄까 조금은 소년만화적인 분위기의 남영이나 비연이와는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였어요. 타협할 수 없는 자기만의 영역이 확고하게 있고, 그 점 때문에 네 명의 조합이 밋밋하거나 지루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테마색부터 보세요! 유리핑크가 사라지면 하율실버, 비연바이올렛, 남영블루만 남는다구요. 뒷사람은 마스터(저)의 예상에서 벗어난 플레이를 한다고 미안해하고 그랬는데, 예상대로만 되면 재미 없잖아요(진심). 왜냐하면 제 머릿속에 있는 장르적인 분위기와 문법은 정석이기는 해도 그대로는 "그냥 정석"일 뿐이니까요.

 

맞다, 유리의 소멸로 인해서 다른 캐릭터들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으면 좋겠다는 요청도 받았었어요. 저는 나름대로 노력했고, 다른 플레이어분들도 그렇게 하려고 하셨지요. 특히 하율이가 마지막 전투에서 얻은 투지와, '다른 사람이 바라는 바가 자신이 바라는 바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남영이의 성장에 있어서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11화 오프닝 씬에서 유리의 소멸을 다루고, 다른 캐릭터들이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따라서 그에 맞는 성장치도 추가로 주기도 했구요. 밑에서도 말하겠지만.. 캐릭터의 죽음이라는 (저에게는) 어려운 사건이 의미 있는 일기 되기를 바랐어요.


플레이어들을 위해 엔피씨 설정도 한 번 정리하고 가는 게 좋겠네요.

 

은초아. 18세고, 남영이 유리와 같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기관에서 하율이의 유전정보를 이용해 만들어낸 복제인간이고, 당시 그 책임자는 유나 연구원이었습니다.

 

인세인 때는 거의 정신을 못 차리는 좀비 수준이었지만, 시오미에 와서는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얻었습니다. 롤백된 세상에서 눈을 떴을 때는 연구소였고, 유나 연구원은 그에게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롤백된 당시에는 초아만이 유일한 "마법소녀"였기 때문에 최초의 아이, 초아입니다. 은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하율이의 별명 은빛사신에서 따왔답니다. (쑻)

 

유일한 마법소녀라고는 해도, 이전 세상에서처럼 몬스터를 무찌르고 시공의 균열을 닫고 사람들을 지키는 게 아니라, 균열을 만들어내고 거리를 부패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존재였지요. 그나마 유나가 일찍 발견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무령시는 뭐 너덜너덜해졌을 겁니다.

 

시오미에서 초아의 목적은 하나였습니다. 유나가 초아에게 부탁한 "자유롭게 살라"는 한 마디를 아기새처럼 마음 속에 품고 꼭 지키고 살았죠. 15화 보시면 맨 마지막에 제정신이 돌아온 초아의 대사가 저거라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유나의 말이 유일한 신조였기 때문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던 학교를 싫어했고, 아이들과 멀어졌고, 유나가 일하는 사이에는 길고양이처럼 여기저기를 쏘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러니까 캠페인 시작 시점에 초아는 자신의 힘의 원천이자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던 원천인 명부에게서 알 수 없는 부름을 받고 그것이 묻혀 있는 수평원으로 향했습니다. 이게 1화 내용이죠! 그 뒤로 계속 그곳이 신경쓰였지만 초아로서는 뭘 자세히 알아낼 방법이 없었어요.

 

파괴 밖에 할 줄 모르는 자신의 마법재능을 저주로 여겼고, 외로웠지요. 그랬지만 1화에서 만난 자신의 오리지널, 하율이가 균열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자기가 그걸 만들면 하율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레플리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싸워야 할 적, 어쩌면 알 수 없는 부름에 대해 답을 줄 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난 거예요. 그 뒤로 하율이의 장면에 초아가 계속 등장합니다. 유나도 그걸 알고 있었겠지만, 캠페인 스토리 초반에는 마법소녀들과 마주치는 걸 꺼렸기 때문에 등장하지 않았어요. (남영이와 한 번 만난 게 다죠)

 

한편 유나는 인세인에서는 남영이 손에 끝장났지만, 롤백된 세상에선 자기가 저지른 일을 마주해야 했어요. 물론 혼자서 한 건 아니지만, 책임자로서의 책임감이죠. 게다가 롤백된 당시에는 다른 연구원들도 자신처럼 이전 세계의 기억을 갖고 있으리란 걸 몰랐으니까요. 거기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마법소녀들을 위험한 일에 끌어들였다는 죄책감도 더해져서 상당히 회피형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자기가 보호하는 초아는 적극적이고 더 알고자하는 아이였지만, 보호자인 유나는 오히려 어른 노릇을 못했어요.

 

그것이 비연이와의 만남에서 바뀌게 됩니다. 네 명 중에서도 유나가 가장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던 대상이 비연이였으니까요. 냉정한 비연이의 모습과 남영이의 날카로운 말, 그리고 캠페인 후반쯤 가서 명부와의 공명도가 너무 높아져 아프게 된 초아를 데리고 도시를 탈출하려 했지만 실패했던 일 등이 겹쳐서 거의 다 무너져내릴 뻔했어요. 플레이어들이 상냥하게 대해줘서 갱생(?)했지만...

 

원래 마지막 전투에서 전투 중간 쯤에 쓰러진 초아를 데리러 유나가 등장하고, 명부의 영향을 받아서 살이 부패해가는 장면을 넣으려고 생각했어요. (일종의 타임어택 기믹이죠.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명부를 끝장내세요! 같은.) 음... 하지만 캐릭터들 스포트라이트가 충분히 배분되었고, 이야기도 그 만큼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뺐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그 흔적이 남아 있으니 잘 보세요 (ㅋㅋ!


저 이번 시오미 캠페인을 너무 사랑합니다... (갑자기 고백함)

 

끝났으니까 하는 말인데, 사실 스토리를 준비하면서 고민을 엄청 많이 했어요. 마법소녀 장르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저는 그 사이에 나왔던 이런저런 실험들과 클리셰들을 존중하지만(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 사실인데 저의 마법소녀는 도레미+사쿠라+세일러문입니다), 동시에 이 소녀장르 자체를 둘러싼 유쾌하지 않은 시선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으래서 마마마에 대한 저의 시선은 약간 양가적이에요)

 

그래서 아무래도 장르 자체가 SF적이기도 했지만 조금 현실적인 위협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가려고 했습니다. 뭐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건 마스터가 저여서 그런 거기도 했지만(이건 사실임), 그 외에도 나이나 조직이나 경제라든가 그런 문제들도 있잖아요. 사실성을 추구하면 한없이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항플롯이랄까... 악역이 조금 밋밋해지는 결과가 되긴 했어요. 특히 연구소 쪽은 조금 설정을 풀어볼까 싶긴 했지만 스토리 뒷부분으로 가니까 애매하더라구요! 그래서 로켓단 같은 악역이 되었습니다. 두고보자, 다음에는 가만 두지 않겠다! 그 덕에 연구원들 뒤꽁무니에 일침을 가하는 남영이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뭐, 대신 조금 입체적인 인물인 초아와 입장이 불분명했던 유나 연구원을 조금 더 부각시키는 쪽으로 했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하율이도 비연이도, 남영이도 유리도 조금조금씩 연관이 있던 친구들이라서 오히려 잘 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원론적으로 따지면, 뭐 플레이어들끼리 만족했으면 그만~ 이긴 하지만, 플레이어들과 재밌게 놀면서도 찝찝한 뒷맛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저의 노력입니다. 사실 엔딩도 너무 보수적으로 내지 않기 위해 조금 고심했어요 (ㅋㅋ 플레이어들이 정을 붙인 엔피씨들을 너무 험하게 다루지 않았고(하지만 초아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어요 이건 믿어주세요), 유리 뒷사람과 장문의 카톡을 나눈 뒤에 세션에서 유리의 소멸 장면을 연출할 때에는 너무 허무한 죽음을 주지 않기 위해 고민했어요. 흑흑 걱정의 인간...

 

어휴 후기가 아니라 주접이 됐네요. 정말 저는 플레이어들 캐릭터들 너무너무 사랑하고 아직 못 푼 이야기는 로그로 올리겠습니다.


아, 유리 뒷사람이 개인 엔딩 후에 쓴 사랑스러운 후기도 보셔야 합니다.

hidden-valley.tistory.com/64

 

[후기] 종말론적 마법소녀 + 시티 오브 미스트 + 캠페인

안녕하세요! 규린입니다. 종소녀에서는 PC4 송유리를 굴렸고, 시오미에서도 송유리를 굴렸습니다. 여러 가지의 사정으로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 해서 죄송합니다. 결코 캠페인이 싫었다거나 하

hidden-valley.tistory.com

+ 린님이 쓰신 후기도 보셔야 합니다.

rinhzd.postype.com/post/9304063

 

죵먈룐젹 마법소녀(인세인)~무령시오미(시오미) 캠페인 후기

당연 시날 스포 있습니다. 봐서 스포당해도 난 책임안짐 긴 글 후기는 처음 적어보네요. 마침 이제부터 세션후기를 포타에 정리하려던 생각이었는데, 다들 글로 후기를 쓰길래 저도 적어봐요. ^

rinhzd.posty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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